깊은 숨을 쉬고
김조년 / 한남대 명예교수
작년부터 나는 이상스럽게 진정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글을 자꾸 쓰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슬픔이고 비극이다. 나에게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하는 우리의 현실 역시 내가 판단하기에 슬프고 비극스럽다. 나는 정말로 정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지 않다. 불평과 불만과 비판 대신에 희망과 긍정의 말들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때로는 깊은 시를 읊고 싶고, 깊은 사상을 음미하면서 나도 그렇게 깊게 들어가고 싶다. 달라지는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의 정치 상황을 볼 때 내 생각의 실마리는 그런 것으로 가지 않고, 자꾸 정치 현실 문제로 치달린다. 그렇다고 내가 정치 일선에 나서겠다거나 어느 정치가를 지지하면서 자문하고 싶은 맘은 조금도 없다. 다만 정치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이기에 그것들에 무관심하고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한 해 반에 가까워져 온다. 그동안에 무엇이 달라졌나? 입법부가 무기력해졌고, 대통령실은 입과 귀를 막아버린 것처럼 보이고, 행정부도 소통이 없어졌다. 여야 정치가들의 대화나 논쟁이 없다. 정치가 달라지려면 법을 만들거나 고쳐서 제도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입법부에서 소수라는 것 때문에 법 개정이나 제정을 통한 제도 개편은 전혀 시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야당이 주도한 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린다. 누가 보아도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시행령을 통하여 법 제정 의도와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들이 많다. 대다수 국민이 바란다는 검찰개혁은 행정명령을 통하여 무력하게 되었다. 오히려 검찰 국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더 강력하거나 살벌한 검찰 권력이 모든 분야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출신 대통령을 정점으로 아주 많은 분야를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이 됐다. 검찰 권력은 정점을 이루고 있다. 정점에 다다른 흐름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돼 있다. 높을수록 흘러내리는 속도와 힘은 강하고 빨라 깊은 곳으로 빠진다.
한일관계를 부드럽게 했다고 하지만, 한미일 군사동맹을 새롭게 하면서 북한, 러시아, 중국과 대척하는 갈등 관계를 고조시키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세계의 강대국, 또는 선진국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하면서 지나친 미국 중심의 외교와 국방 관계에 빠진 형국이다. 더 깊은 미국 중심의 종속 국가체제로 들어간 상황이다. 이렇게 되니 국가 원수라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평화를 말하지 못하고 신냉전과 전쟁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갈등 구조를 강화하게 하였다. 핵무기 보유와 핵전쟁의 위협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최근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도발하면 그 정권 자체가 위험하게 될 것이란 말을 하였다. 우리 한반도에서 남과 북 중 어느 측이 먼저 핵무기를 쓴다는 것은 남북 모두 전멸할 것을 각오한 악한 행위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먼저 쓰고 나중에 응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핵 개발과 핵무기 사용 자체가 없도록 하는 평화 체제로 나가는 정책이라야 옳다고 본다. 그런데 화해와 상생의 이야기와 정책은 없고, 오로지 군사 우위와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살벌한 말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폭넓은 대외무역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물가는 수시로 오르고, 소상공인들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이 높아진다. 서민경제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동화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부자 감세정책으로 세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른 재정 긴축으로 축소된 부분들이 너무 많다. 특히 내년 예산에 반영될 기초연구 분야의 광범위한 예산감축은 깊고 지속되는 연구와 기초학문을 어렵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이 분명하다. 특히 연구 인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사라질 때는 새로운 인력을 기를 수가 없고, 유능한 연구자를 지속하여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유능한 인력들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한두 번의 그런 정책의 실수는 굉장히 장구한 세월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어 회복과 갱생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정책 실현은 관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언제나 민과 관과 기업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작업이 아니고는 원활하게 사회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민과 시민단체들과 공동작업이나 연대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것은 민주사회에서 퇴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마 이런 형태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진영의 협력 단체들을 인위로 만들게 될지 모른다.
이러다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대통령은 자기 자신을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많은 사람이 판단하는 듯하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상생의 소통을 차단한 듯이 보인다. 그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이 늘지 않으면 그의 동력은 사라진다. 그도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흔히 나오듯이 극노했다거나 대로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불안하고 불편하다. 들리는 말에는 그에게 참을 말하는 참모가 없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신도 불행하고, 사회도 국가도 불행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그의 퇴진을 외치는 집회를 이어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까? 어찌해야 할까? 그래서 깊은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숨을 깊이 쉬는 것, 그것은 성찰이요, 연구요, 다짐이요, 자기 변혁이다. 능력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그 자리에 앉은 그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를 넘어 전체 역사를 생각하는 간절한 맘을 모으는 일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검찰 권력을 버리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민생경제를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겸손히 배울 일이다.
깊은 숨을 쉬고
김조년 / 한남대 명예교수
작년부터 나는 이상스럽게 진정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글을 자꾸 쓰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슬픔이고 비극이다. 나에게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도록 하는 우리의 현실 역시 내가 판단하기에 슬프고 비극스럽다. 나는 정말로 정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지 않다. 불평과 불만과 비판 대신에 희망과 긍정의 말들을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 때로는 깊은 시를 읊고 싶고, 깊은 사상을 음미하면서 나도 그렇게 깊게 들어가고 싶다. 달라지는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고 있는 우리의 정치 상황을 볼 때 내 생각의 실마리는 그런 것으로 가지 않고, 자꾸 정치 현실 문제로 치달린다. 그렇다고 내가 정치 일선에 나서겠다거나 어느 정치가를 지지하면서 자문하고 싶은 맘은 조금도 없다. 다만 정치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는 삶이기에 그것들에 무관심하고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한 해 반에 가까워져 온다. 그동안에 무엇이 달라졌나? 입법부가 무기력해졌고, 대통령실은 입과 귀를 막아버린 것처럼 보이고, 행정부도 소통이 없어졌다. 여야 정치가들의 대화나 논쟁이 없다. 정치가 달라지려면 법을 만들거나 고쳐서 제도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입법부에서 소수라는 것 때문에 법 개정이나 제정을 통한 제도 개편은 전혀 시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야당이 주도한 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린다. 누가 보아도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시행령을 통하여 법 제정 의도와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들이 많다. 대다수 국민이 바란다는 검찰개혁은 행정명령을 통하여 무력하게 되었다. 오히려 검찰 국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더 강력하거나 살벌한 검찰 권력이 모든 분야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출신 대통령을 정점으로 아주 많은 분야를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이 됐다. 검찰 권력은 정점을 이루고 있다. 정점에 다다른 흐름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돼 있다. 높을수록 흘러내리는 속도와 힘은 강하고 빨라 깊은 곳으로 빠진다.
한일관계를 부드럽게 했다고 하지만, 한미일 군사동맹을 새롭게 하면서 북한, 러시아, 중국과 대척하는 갈등 관계를 고조시키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세계의 강대국, 또는 선진국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하면서 지나친 미국 중심의 외교와 국방 관계에 빠진 형국이다. 더 깊은 미국 중심의 종속 국가체제로 들어간 상황이다. 이렇게 되니 국가 원수라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평화를 말하지 못하고 신냉전과 전쟁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갈등 구조를 강화하게 하였다. 핵무기 보유와 핵전쟁의 위협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최근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도발하면 그 정권 자체가 위험하게 될 것이란 말을 하였다. 우리 한반도에서 남과 북 중 어느 측이 먼저 핵무기를 쓴다는 것은 남북 모두 전멸할 것을 각오한 악한 행위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먼저 쓰고 나중에 응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핵 개발과 핵무기 사용 자체가 없도록 하는 평화 체제로 나가는 정책이라야 옳다고 본다. 그런데 화해와 상생의 이야기와 정책은 없고, 오로지 군사 우위와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살벌한 말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폭넓은 대외무역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물가는 수시로 오르고, 소상공인들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이 높아진다. 서민경제는 어렵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동화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부자 감세정책으로 세수는 줄어들고, 그에 따른 재정 긴축으로 축소된 부분들이 너무 많다. 특히 내년 예산에 반영될 기초연구 분야의 광범위한 예산감축은 깊고 지속되는 연구와 기초학문을 어렵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이 분명하다. 특히 연구 인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사라질 때는 새로운 인력을 기를 수가 없고, 유능한 연구자를 지속하여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유능한 인력들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한두 번의 그런 정책의 실수는 굉장히 장구한 세월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어 회복과 갱생을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정책 실현은 관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언제나 민과 관과 기업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작업이 아니고는 원활하게 사회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민과 시민단체들과 공동작업이나 연대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것은 민주사회에서 퇴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마 이런 형태로 조금 더 가면 또 다른 진영의 협력 단체들을 인위로 만들게 될지 모른다.
이러다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대통령은 자기 자신을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많은 사람이 판단하는 듯하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거나 상생의 소통을 차단한 듯이 보인다. 그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이 늘지 않으면 그의 동력은 사라진다. 그도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흔히 나오듯이 극노했다거나 대로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불안하고 불편하다. 들리는 말에는 그에게 참을 말하는 참모가 없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신도 불행하고, 사회도 국가도 불행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 그의 퇴진을 외치는 집회를 이어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쉽게 물러날까? 어찌해야 할까? 그래서 깊은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숨을 깊이 쉬는 것, 그것은 성찰이요, 연구요, 다짐이요, 자기 변혁이다. 능력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그 자리에 앉은 그를 불쌍히 여기면서 그를 넘어 전체 역사를 생각하는 간절한 맘을 모으는 일이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검찰 권력을 버리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민생경제를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겸손히 배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