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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은 두렵고 노엽다 / 남원 농부 정충식

농민은 두렵고 노엽다

 남원 농부 정충식

 

농민은 씨를 간직하는 사람이다. 농민은 그 씨를 땅에 뿌리고 심는 사람이다. 농민은 작물이 잘 자라도록 돌보는 사람이다. 농민은 때가 되면 그 작물을 수확하는 사람이다. 딱 그만큼이다.

 

농사짓기 위해 들어가는 농자재가 천정부지로 뛰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농사를 위해 그것들을 사야 한다. 그래서 매년 농업 경영 비율이 상승한다. 농민은 속 터지지만, 농기계 기업이나 비료, 자재 회사들은 이익에 휘파람을 분다. 딱 이만큼이다.

 

농사가 잘되면 농산물 가격은 똥값이 된다. 농사가 못되면 정부가 즉시 수입해 기어이 다시 똥값을 만든다. 농작물 가격과 유통에 농민 목소리가 들어갈 자리는 칼날같이 좁디좁다. 농사로 고생하고 애달프고 욕보는 것은 농민인데 닐리리야 돈 벌고 수익 남기는 것은 대부분 농업의 전·후방 사업이다. 하나의 떡을 잘라 먹는데 최소한 농민의 수익 비율이 30%는 되어야 하건만 언감생심이 돼버렸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농민들의 처지다.

 

쌀 자급률 83%라는 통계청 발표가 버젓이 있음에도 정부는 쌀이 남아돈다고 그 대책으로 전략 작물이랍시고 논에 벼를 심지 말고 콩을 심으라고 밀어붙였다. 농민회는 쌀이 남아도는 것은 수입쌀 40만 8천 700톤 때문인데 정부의 호도된 책략을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논에다 밭에 심을 작물인 콩을 심으라는 전략 작물 정책도 거둬들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돈이 된다고 하니, 정부가 전략적으로 예산을 통해 지원한다고 하니 또 속는 셈 치고 논콩을 심는 농민들이 김제, 정읍, 익산, 부안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밀과 보리를 수확한 6월 중순이나 말에 논을 갈고 콩을 심는데 딱 그때가 장마다. 벼는 비를 좋아하지만 본디 밭에서 자랄 콩의 어린 모가 과도한 습기나 장마를 좋아할 리 없다. 지난 7월 전 지구와 대한민국에 기후재난이 닥치니 가늠하지 못할 집중호우와 장마가 이어졌다. 논은 황토 물바다가 되었고 며칠간 잠긴 콩은 질식해 뿌리가 썩고 잎이 말라 죽어 나갔다. 그러나 정부는 1차 피해를 본 지역에 다시 모종을 심으라며 독려했다. ‘다시 심어라, 심어야 전략 작물 피해 복구비를 주겠다.’ 그러니 또 심었다. 하늘도 가만있지 않았다. 다시 퍼붓는 비에 반복되는 피해. 그렇게 세 번까지 심었다가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일단 콩대라도 논에 있어야 피해를 보전해 준다는 논리로 수확하지도 못할 걸 뻔히 알면서 보여주기식으로 콩을 심게 했다. 그러나 이건 농사가 아니다. 농민을 능욕하는 짓거리일 뿐이다. 이것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농림부 장관의 정책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근시안적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작년엔 쌀값 폭락 때문에 논을 갈아 엎었다. 올해엔 논콩을 비롯한 전략 작물 때문에, 내년엔 또 무엇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할지 두려울 뿐이다.

나아질 것 없는 농민의 현실,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 잘못된 농정에 거부의 깃발을 걸었다. 거부한다. 남은 것은 분노다. 땅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을 갈아엎지 않고는 절대로 나아지지 않을 세상을 향해 농민의 노여움은 불바다같이 뜨거워져 팔도에 넘실거릴 것이다.

 

정부의 전략 작물 정부가 책임져라

기후재난 논콩 재난 정부가 책임져라

기후재난에 재해보험으론 턱도 없다

농업 재해 보상법 제정하라

정부가 밀어붙인 전략 작물

100% 정부가 책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