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 일찍 출근했다. 아침부터 신문을 보다가 나쁜 소식을 ‘또’ 발견했다. 지리산을 둘러싼 5개 시군이 모두 지리산 개발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이대로 두면 지리산은 무너져 내릴 수 있겠구나.
수많은 생명이 또 희생될 수 있겠구나.
그러다가 ‘지리산인’에서 활동하는 윤주옥 대표를 떠올렸다. 그를 통해 지리산에 안부를 물었다.
지리산 지도와 생명들
윤주옥 대표는 지도를 살펴보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도는 종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리산국립공원의 경계, 대피소의 위치, 자연보존지구(지리산에서 가장 보존의 강도가 높은 곳), 문화유산지구(사찰의 위치 등), 자연환경지구, 마을지구 등을 알려준다.”1)
그러나 인간이 이용하는 지도는 지리산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포함해 약 44종의 생명들을 담지 않는다.
윤주옥 대표는 인간이 그린 지도 위에 끊임없이 다른 생명들과 가치들을 표시하는 활동을 한다. 윤대표는 지리산이 가진 의미와 가치에 반해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그 중 ‘지리산 방랑단’처럼 4개월이나 지리산에서 동냥으로 먹고 자는 활동을 하고 구례에 정착한 젊은 활동가들도 있다. 이들처럼 지리산에 기대 활동하는 사람들은 지리산이 어머니의 산이고 생명과 공동체의 산이라고 믿는다.
반달가슴곰에게 지리산은 어떤 곳일까?
아니, 그전에 우리에게 곰은 어떤 동물일까? 단군신화 주인공? 해로운 동물? 웅담 제공 동물? 코카콜라 모델?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자 상징?
윤주옥 대표는 곰이 인간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관리번호 KM-53. 빠삐용 오삼이의 삶과 죽음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오삼이가 되어보기로 했다.
‘반달가슴곰-되기’
안녕, 나는 오삼이야. 당신들은 나를 빠삐용이라고 부르더라. 나는 지리산에서 53번째로 태어난 남자곰이야.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지리산에는 이미 많은 반달가슴곰이 살아. 나는 내 짝이 되어 줄 곰과 먹이를 찾아 지리산을 떠났어. 우리 곰들은 나무의 어린싹이나 잎·뿌리 같은 걸 주로 먹고 살아. 그러니까 인간 너희들과는 먹이 경쟁을 하지 않아. 그렇지만 인간은 위험하기 때문에 언제나 잘 피해 다녔지. 운이 나빴어. 나는 두 번 인간에게 붙잡혔고, 한번은 차가 쌩쌩 다니는 커다란 길에서 트럭에 치였어. 나는 내가 원하는 어디든 다닐 수 있어. 나는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내가 인간들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 당신들은 나를 가두려고 해. 내가 어딜 가고, 뭘 먹는지, 짝짓기를 하는지 같은 것도 다 알고 싶어 하더라. 그래서 나는 죽었어. 당신들이 나에게 마취총을 쏘았지. 나는 총에 맞은 채 도망쳤어. 그런데 곧 몸이 말을 안 들었어. 나는 아주 얕은 계곡물에서 움직일 수 없어서 죽었어. 나는 살아 있었어! 나는 인간들에게 묻고 싶어. 왜 인간들은 우리를 살려 놓고 다시 죽이려고 해? 왜 어떤 인간들은...?
인간 또한 자연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지리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의 원인을 생각했다.
전쟁과 개발, 관광과 이윤을 목적으로 한 인간의 권리 행사, 소유권 주장은 참 뻔뻔하다. 도대체 누가 산과 들과 땅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고작 100년 살면서 자신들보다 더 오랜 존재들에게 주인행세라니! 인간이 만든 구역을 다른 생명에게 강요하는 억지라니!
이야기를 마치며 윤주옥 대표는
“국립공원 개발을 통해 가치를 높이려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주민들도 원하지 않는다. 지리산에 처음 내려갔을 때 지리산자락 주민들을 4~5년 만나고 다녔다. 그때 만난 토박이 주민들은 지리산 덕분에 살았고, 삶의 마지막은 지리산에 묻힐 것이기 때문에 지리산에 고맙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리산이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아이들이 산의 신성함을 배우고,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나와 다른 인간이 나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처럼, 인간과 다른 생명도 인간에게 깨우침과 도움을 준다.
부디 더 늦기 전에, 인간만 남는 지구가 되지 않도록,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1) ‘자연공원법’(법률 제19089호, 개정 2008. 12. 31./환경부/자연공원의 지정ㆍ보전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 도모 목적)에 의해 자연보존지구, 자연환경지구, 마을지구, 문화유산지구로 관리되고 있다. 마이산도 이 법에 적용받는다.
아이들에게 산의 신성함과 공존이라는 마음을 남길 수 있기를
‘반달가슴곰의 눈빛으로 지리산을 말한’ 윤주옥 대표를 만나다
글/빨간거북
지리산에 안부를 묻다
그날은 아침 일찍 출근했다. 아침부터 신문을 보다가 나쁜 소식을 ‘또’ 발견했다. 지리산을 둘러싼 5개 시군이 모두 지리산 개발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이대로 두면 지리산은 무너져 내릴 수 있겠구나.
수많은 생명이 또 희생될 수 있겠구나.
그러다가 ‘지리산인’에서 활동하는 윤주옥 대표를 떠올렸다. 그를 통해 지리산에 안부를 물었다.
지리산 지도와 생명들
윤주옥 대표는 지도를 살펴보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도는 종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리산국립공원의 경계, 대피소의 위치, 자연보존지구(지리산에서 가장 보존의 강도가 높은 곳), 문화유산지구(사찰의 위치 등), 자연환경지구, 마을지구 등을 알려준다.”1)
그러나 인간이 이용하는 지도는 지리산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포함해 약 44종의 생명들을 담지 않는다.
윤주옥 대표는 인간이 그린 지도 위에 끊임없이 다른 생명들과 가치들을 표시하는 활동을 한다. 윤대표는 지리산이 가진 의미와 가치에 반해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그 중 ‘지리산 방랑단’처럼 4개월이나 지리산에서 동냥으로 먹고 자는 활동을 하고 구례에 정착한 젊은 활동가들도 있다. 이들처럼 지리산에 기대 활동하는 사람들은 지리산이 어머니의 산이고 생명과 공동체의 산이라고 믿는다.
반달가슴곰에게 지리산은 어떤 곳일까?
아니, 그전에 우리에게 곰은 어떤 동물일까? 단군신화 주인공? 해로운 동물? 웅담 제공 동물? 코카콜라 모델?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자 상징?
윤주옥 대표는 곰이 인간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고...관리번호 KM-53. 빠삐용 오삼이의 삶과 죽음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오삼이가 되어보기로 했다.
‘반달가슴곰-되기’
안녕, 나는 오삼이야. 당신들은 나를 빠삐용이라고 부르더라. 나는 지리산에서 53번째로 태어난 남자곰이야. 숫자를 보면 알겠지만 지리산에는 이미 많은 반달가슴곰이 살아. 나는 내 짝이 되어 줄 곰과 먹이를 찾아 지리산을 떠났어. 우리 곰들은 나무의 어린싹이나 잎·뿌리 같은 걸 주로 먹고 살아. 그러니까 인간 너희들과는 먹이 경쟁을 하지 않아. 그렇지만 인간은 위험하기 때문에 언제나 잘 피해 다녔지. 운이 나빴어. 나는 두 번 인간에게 붙잡혔고, 한번은 차가 쌩쌩 다니는 커다란 길에서 트럭에 치였어. 나는 내가 원하는 어디든 다닐 수 있어. 나는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내가 인간들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 당신들은 나를 가두려고 해. 내가 어딜 가고, 뭘 먹는지, 짝짓기를 하는지 같은 것도 다 알고 싶어 하더라. 그래서 나는 죽었어. 당신들이 나에게 마취총을 쏘았지. 나는 총에 맞은 채 도망쳤어. 그런데 곧 몸이 말을 안 들었어. 나는 아주 얕은 계곡물에서 움직일 수 없어서 죽었어. 나는 살아 있었어! 나는 인간들에게 묻고 싶어. 왜 인간들은 우리를 살려 놓고 다시 죽이려고 해? 왜 어떤 인간들은...?
인간 또한 자연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지리산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의 원인을 생각했다.
전쟁과 개발, 관광과 이윤을 목적으로 한 인간의 권리 행사, 소유권 주장은 참 뻔뻔하다. 도대체 누가 산과 들과 땅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고작 100년 살면서 자신들보다 더 오랜 존재들에게 주인행세라니! 인간이 만든 구역을 다른 생명에게 강요하는 억지라니!
이야기를 마치며 윤주옥 대표는
“국립공원 개발을 통해 가치를 높이려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주민들도 원하지 않는다. 지리산에 처음 내려갔을 때 지리산자락 주민들을 4~5년 만나고 다녔다. 그때 만난 토박이 주민들은 지리산 덕분에 살았고, 삶의 마지막은 지리산에 묻힐 것이기 때문에 지리산에 고맙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리산이 잘 지켜지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 아이들이 산의 신성함을 배우고,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랬다.
나와 다른 인간이 나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처럼, 인간과 다른 생명도 인간에게 깨우침과 도움을 준다.
부디 더 늦기 전에, 인간만 남는 지구가 되지 않도록,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1) ‘자연공원법’(법률 제19089호, 개정 2008. 12. 31./환경부/자연공원의 지정ㆍ보전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 도모 목적)에 의해 자연보존지구, 자연환경지구, 마을지구, 문화유산지구로 관리되고 있다. 마이산도 이 법에 적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