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니까 몰라서 놓치고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거다
변성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같이사회적협동조합'의 농사체험프로그램
주일 날 교회에 가려고 분주하게 서두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00권사님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들이 지난주에 교회에 갔다가 권사님께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일 때문인가 싶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대체 이 녀석이 무슨 말썽을 피운 걸까? 순간 모든 필름이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것이 내겐 항상 긴장한 채 긴 터널을 걷는 것과 같다. 전화기를 잡은 손이 마치 감전된 듯한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전화의 내용은 아들 단속 잘하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현승이에게 지난주에 교회에서 일어났던 일을 물었다. 현승이의 주장은 이랬다. 교회 식당에서 남자아이와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여자아이가 울었고, 그때 권사님께서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이 말을 현승이는 꼭꼭 누르는 소리로 힘써 내게 이야기했다. 당사자인 권사님께 자초지종을 물어 사실을 확인해야 할 일이지만, 아이의 말대로라면 상황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차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안 그래도 항상 죄인처럼 자신을 누르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어림짐작건대 어린아이는 장애인이 식당에 들어와서 무서워서 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을 이해하지만, 권사님께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었다면 현승이가 놀라지 않게 아이가 우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처를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우는 아이에겐 장애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설득, 그리고 같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부당한 대우를 보는 것은 장애인 가족의 일상이다. 형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현승이 남동생이 형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들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같이사회적협동조합'의 목공체험프로그램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도 똑같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기에 몰라서 놓치고 실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인권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이웃이자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최중증발달장애인의 가족 변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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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거다
변성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같이사회적협동조합'의 농사체험프로그램
주일 날 교회에 가려고 분주하게 서두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00권사님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들이 지난주에 교회에 갔다가 권사님께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일 때문인가 싶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대체 이 녀석이 무슨 말썽을 피운 걸까? 순간 모든 필름이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우는 것이 내겐 항상 긴장한 채 긴 터널을 걷는 것과 같다. 전화기를 잡은 손이 마치 감전된 듯한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전화의 내용은 아들 단속 잘하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현승이에게 지난주에 교회에서 일어났던 일을 물었다. 현승이의 주장은 이랬다. 교회 식당에서 남자아이와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여자아이가 울었고, 그때 권사님께서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이 말을 현승이는 꼭꼭 누르는 소리로 힘써 내게 이야기했다. 당사자인 권사님께 자초지종을 물어 사실을 확인해야 할 일이지만, 아이의 말대로라면 상황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나고 차별 대우를 받은 셈이다.
안 그래도 항상 죄인처럼 자신을 누르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 어림짐작건대 어린아이는 장애인이 식당에 들어와서 무서워서 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상황을 이해하지만, 권사님께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었다면 현승이가 놀라지 않게 아이가 우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처를 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우는 아이에겐 장애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설득, 그리고 같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부당한 대우를 보는 것은 장애인 가족의 일상이다. 형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현승이 남동생이 형에게 자초지종 설명을 들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같이사회적협동조합'의 목공체험프로그램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도 똑같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기에 몰라서 놓치고 실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인권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법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이웃이자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최중증발달장애인의 가족 변성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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