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순히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다.
오정오
위의 제목은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학교 선생님들과 이 책으로 어제 독서 모임을 했다. 단연 ‘스마트폰과 아이들’이 대화의 중심이었다. 산만한 아이들, 잃어버린 집중력, 멀티태스팅 중독, 짧아진 수면 시간 등등.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분명 스마트폰이 자리할 것이고, 그 이면에는 또 거대 정보통신 기업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왜 아이들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언젠가 선생님들과 모임 자리에서 이것으로 논쟁 아닌 논쟁을 한 적이 있다. 각자의 경험으로 온갖 억측 비슷한 가설이 난무했다.
먼저 부모가 너무 바빠서 이렇게 되었다는 설이다. 우리나라 엄마 아빠들은 직장에서 너무 오래 일한다. 늘 바쁘고 피곤하니 아이들과 같이 놀거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아이들은 그 공백을 스마트폰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해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300시간 더 많다고 하니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엄마 아빠의 일상인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 설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어 중독되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이미 반 이상이 가지고 다닌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친구가 부럽고 이때부터 부모를 들들 볶아댄다. 부모는 자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는 장점에 못 이겨, 지는 척 사주게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을 찾기 어렵다. 비례해서 청소년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과 중독률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여가부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이 20만 명이 넘는다. 이는 청소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관련해서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거나 금단 현상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신경계통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뇌는 일반적인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일명 ‘팝콘 브레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화면 밖 진짜 세상은 스마트폰에 비하면 너무 느리고 밋밋한 재미없는 세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탈출구 설이다. 아이들 처지에서 보면 학교와 학원 집으로 이어지는, 단조롭고 심심한 일상에서 탈출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학교 끝나면 마땅히 갈 곳도 놀 친구도 없고 집에 가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와이파이 잘 터지거나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그곳이 어디든 자신만의 오아시스이자 파라다이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와이파이 숲에서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10년, 지구 40억 명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을 스마트폰에 갈아 넣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이들의 눈길은 끊임없이 스마트론 화면을 향한다. 아이들이 화면을 향할 때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정보통신 기업은 떼돈을 벌 것이다.
사진출처/서울신문
지난 2월 영국 정부는 각 학교에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정부도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했으며, 이탈리아는 2022년부터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11개 주에서는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디지털 쉼표 학교를 시범 실시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모든 초중교에서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의 스크린 노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전문기관에 보고서를 의뢰했었고, 그 결과는 디지털 기기가 청소년의 불면, 신체 활동 부족과 비만, 시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보고서는 11세 이전에는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15세 이전에는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없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경향신문. 2024.8.28.) / 아래 그림 출처는 서울신문 2024.7.22.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기차에서 본 몇 시간이나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는 속으로 그들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소화할 짬도 내지 않고 정신없이 여러 권의 책에 메모를 남기던 나보다, 그들이 더 의미 있고 생산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 교실에서 딴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는 가장 쓸모 있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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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순히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다.
오정오
위의 제목은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학교 선생님들과 이 책으로 어제 독서 모임을 했다. 단연 ‘스마트폰과 아이들’이 대화의 중심이었다. 산만한 아이들, 잃어버린 집중력, 멀티태스팅 중독, 짧아진 수면 시간 등등.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분명 스마트폰이 자리할 것이고, 그 이면에는 또 거대 정보통신 기업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왜 아이들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언젠가 선생님들과 모임 자리에서 이것으로 논쟁 아닌 논쟁을 한 적이 있다. 각자의 경험으로 온갖 억측 비슷한 가설이 난무했다.
먼저 부모가 너무 바빠서 이렇게 되었다는 설이다. 우리나라 엄마 아빠들은 직장에서 너무 오래 일한다. 늘 바쁘고 피곤하니 아이들과 같이 놀거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아이들은 그 공백을 스마트폰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해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300시간 더 많다고 하니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엄마 아빠의 일상인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 설은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어 중독되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이미 반 이상이 가지고 다닌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친구가 부럽고 이때부터 부모를 들들 볶아댄다. 부모는 자녀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는 장점에 못 이겨, 지는 척 사주게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을 찾기 어렵다. 비례해서 청소년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과 중독률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여가부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이 20만 명이 넘는다. 이는 청소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관련해서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나아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겪거나 금단 현상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신경계통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뇌는 일반적인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일명 ‘팝콘 브레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화면 밖 진짜 세상은 스마트폰에 비하면 너무 느리고 밋밋한 재미없는 세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탈출구 설이다. 아이들 처지에서 보면 학교와 학원 집으로 이어지는, 단조롭고 심심한 일상에서 탈출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학교 끝나면 마땅히 갈 곳도 놀 친구도 없고 집에 가도 반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와이파이 잘 터지거나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그곳이 어디든 자신만의 오아시스이자 파라다이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와이파이 숲에서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지 이제 10년, 지구 40억 명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을 스마트폰에 갈아 넣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아이들의 눈길은 끊임없이 스마트론 화면을 향한다. 아이들이 화면을 향할 때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정보통신 기업은 떼돈을 벌 것이다.
사진출처/서울신문
지난 2월 영국 정부는 각 학교에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독일과 네덜란드 정부도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권고했으며, 이탈리아는 2022년부터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11개 주에서는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프랑스에서도 디지털 쉼표 학교를 시범 실시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모든 초중교에서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의 스크린 노출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전문기관에 보고서를 의뢰했었고, 그 결과는 디지털 기기가 청소년의 불면, 신체 활동 부족과 비만, 시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보고서는 11세 이전에는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15세 이전에는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없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경향신문. 2024.8.28.) / 아래 그림 출처는 서울신문 2024.7.22.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기차에서 본 몇 시간이나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나는 속으로 그들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소화할 짬도 내지 않고 정신없이 여러 권의 책에 메모를 남기던 나보다, 그들이 더 의미 있고 생산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다. 교실에서 딴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는 가장 쓸모 있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150쪽)
이 글은 오정오님의 페이스북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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