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칼럼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과 우리들의 인식변화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과 우리들의 인식변화


 이우규 / 전 진안군의원



전국 각지에서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오체투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온전한 삶을 보장하라’라며 제주특별자치도를 시작으로 15개 광역시·도를 순회했다. 이들의 시위는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를 멈추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올해에만 청주, 서울, 경남에서 3건의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가 발생했으며,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0건이나 발생했다. 이러한 참사는 발달장애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과 지원 체계가 부족한 현실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분류한다. 발달장애인은 그 특성과 내용이 천차만별이라 일률적인 대책 수립이 어렵다. 개별 특성에 맞는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또 최중증 발달장애인 가족 중 한 명은 24시간 돌봄에 묶여있어 사회·경제생활을 할 수 없고 심각한 심리적 우울감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돌봄이나 경제적 지원은커녕 정확한 통계자료와 실태 파악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북특별자치도 2023년 12월 기준 진안군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88명이다. 통계가 정확한지도 의문이지만 발달장애인의 특성이나 가정의 어려움 같은 실질적 현황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실효성 있는 전수조사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전수조사에 기반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다음과 같은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를 도입 확대하여야 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자해와 공격성 등 도전적 행동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서비스체계로는 충분한 지원이 어렵다. 그 부담이 가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가족들이 겪는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에 따라 가족의 삶이 크게 위협받는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더 나은 돌봄과 지원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 지난 6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가 시작되었지만 진안군에는 단 2명에 해당하는 예산만 배정되었다고 한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누군가는 혜택을 받고 누군가는 방치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자체가 주민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자체 예산을 편성하여 통합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중앙정부에 예산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둘째,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발달장애의 특성상 가족의 지원과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24시간 곁에서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 지치고 답답한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심리적·정서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고충도 나누고 정보도 교류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는 장애인 가족 지원 조례가 있고, 전주 군산 익산에는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진안군엔 조례가 없다.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가 있었지만, 최근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예산 확충이다.

학교 졸업 후 성인 발달장애인이 가정에만 있는 것은 사회적 방치나 다름없다.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와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다. 진안군에도 지난 2020년 4월 성인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수요에 맞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주간 활동센터가 제대로 운영될 때 가족들은 잠시라도 숨 쉴 시간을 갖고 사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지자체의 적극 행정과 주민의 인식 변화도 절실하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지지해 줘야 한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작은 목욕탕, 체육시설 등)을 발달장애인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비장애인은 다른 의미에서 예비 장애인일 수도 있다. 사고나 고령으로 언제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의 범위가 넓고 등록 장애인 수도 많다. 장애인이 행복하다면 비장애인도 더불어 행복할 것이다. 지자체는 우리 사회 안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좀 더 특별한 관심과 실질적인 대책이 세워져 모두가 건강한 공동체가 완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