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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공연

영화함께 보고 싶은 영화 / 나는 보리

나는보리


“들리지 않으면 가까워질까요?”

 

<나는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소녀 보리가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보리는 농인인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보리는 짜장면과 피자를 시킬 때, 은행에서 전화가 올 때, 물건을 살 때 등 타인과의 소통이 필요할 때 늘 가족의 의사를 대변한다. 일찍이 소리의 세계와 고요의 세계를 넘나들던 보리는 자신이 가족과 다르다는 사실과 세상이 가족을 바라보는 어긋난 시선을 경험하며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두 세계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보리는 ‘소리를 잃고 싶다’는 특별한 소원을 빌며 소리가 없는 세상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또한 소리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요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보리의 외로움은 ‘다름’ 속에서 방황하는 많은 사람들의 외로움을 대변하기도 한다.

김진유 감독은 <나는보리>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럽고 모두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할 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전한다.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고 국립재활원에서 재활훈련을 받을 때의 일이다. 이백 명이 넘는 척수마비 입원환자 중 유일하게 휠체어를 타지 않고도 걸을 수 있는 환자가 있었다. 모두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할 때 그이만 지팡이를 짚거나 벽에 의지해 걸어서 이동을 했다. 우리 중 가장 형편(?)이 나아보였지만 그는 늘 혼자였고 가장 외로워 보였다. 자신만 다른 것 같은 불안감으로 인해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외로움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본 감정일 것이다.

 

그동안의 영화들이 ‘장애’를 무언가 결여된 것으로 표현하거나 주류에서 배제된 것으로 바라보았다면 <나는보리>는 기존의 시선을 뒤집어 비장애인 보리가 가족과의 유대감을 위해 장애를 갖길 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겨우 가족과의 깊은 유대감 하나를 위해 장애를 원한다니!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라면 장애 따위야 있거나 말거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아이의 기상천외한 발상은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을 자연스럽게 허물고 있다. 보리에게 있어 장애나 비정상이라는 개념은 단절과 외로움, 소통의 부재를 의미한다. 듣고 못 듣고는 그야말로 ‘장애’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나는보리>는 제24회 슈링겔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켐니츠상을 거머쥐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단은 ‘보리의 가족이 느끼는 자명한 행복은 관객들을 놀라게 하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사고 양식에 의문을 던진다.”는 찬사와 함께 <나는보리>가 ‘장애’라는 소재를 다루는 접근법에 깊은 감동을 전했다. 영화에서 보리의 가족이 보여주는 일상 속 행복은 ‘다름’을 구별 짓지 않으려는 감독의 따스한 시선과 함께,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한국농아인협회가 주최하는 제20회 가치봄영화제에서는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제 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담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선정의 변을 전하며 농인은 물론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를 둔 자녀)에 대한 이야기 또한 따뜻하게 풀어낸 <나는보리>에 찬사를 보냈다.

 

제목에 숨겨진 특별한 의미 ‘나’, ’날다’, ’본다’

 

첫 번째는 주인공 ‘보리’가 자신을 소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영화의 서사가 보리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가족으로부터 ‘다름’에서 오는 ‘외로움’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느끼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의미는 ‘보리가 난다(성장하다)’는 의미다. 영화 속에서 보리는 매일 특별한 소원을 빌며,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다. 소원이 불러온 여러 사건들을 통해 울고 웃으며 확장되고 성장하는 보리의 세계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지막 의미는 ‘나는 보리라(본다)’는 의미다. 농인(聾人)인 보리의 가족들은 수어(手語)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보리는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이 수어로 소통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다. 또한 ‘본다’는 의미에는 ‘안다’(I see)는 의미도 깃들어 있다. 김진유 감독은 영화의 영제가 ‘Bori’라고 짓기 전에는 ‘I see’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는보리> 수상내역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2관왕 (관객상과 켐니츠상)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조합상

제20회 가치봄영화제(한국농아인협회 주최) 대상

제21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관객상 ‘땡그랑동전상’ 수상

제18회 Spirit of Fire 영화제 Your Cinema 섹션에서 심사위원과 어린이 관객의 투표로 최고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