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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공연

영화“아름다운 것을 본 것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을 기대하며

“아름다운 것을 본 것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을 기대하며

 

노남숙(마령초 교장)

 

                          

 내가 수라 갯벌을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 녹색 환경에 각별한 애정과 책임감을 지닌 남편을 따라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집회에 참석하면서였다. 이른 아침, 군산뿐 아니라 전주 익산 광주 멀게는 서울에서 오신 분들의 표정이 참 맑았다. 서울에서 온 가족들은 하루 전날 갯벌 주변 모텔에서 숙박을 했단다. 이곳이 어떤 곳이길래 이렇게 모이셨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바다를 품은 오래된 마을을 지나 수라 갯벌에 도착했다. 황량한 벌판 군데군데 무리져 있는 붉은 풀들이 낯설었다. 바닷속 해초를 닮은 이 풀들과 하얗게 깔린 조개껍데기가 이곳이 갯벌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시는 ‘새만금시민감시단’ 오동필 단장의 열정과 조개무덤, 그리고 파란 하늘을 날던 쇠제비갈매기를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영화로 다시 만난 수라는 건성건성 스쳐온 이전의 수라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영화에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갯벌의 많은 생명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담겨있었다. 수라 갯벌은 죽어가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아름다움을 본 죄’로 대를 이어 갯벌을 지켜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갯벌의 뭇 생명들을 정치적으로 돈벌이의 수단으로 파괴하는 사람이 있다. 인간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영화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갯벌이라 불러주길 포기하지 않는 한 수라는 영원히 갯벌일 수 있다는 믿음, 아직 죽지 않았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절박한 믿음이다. 

 

 영화 속 새만금 시민감시단 오동필 단장의 청년 시절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청년 오동필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아들 승준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가치는 말로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지켜지고 전승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아버지가 지키고자 했던 것을 이어 지켜가는 아들! 부모로서 한없이 부러웠다. 수가 만 마리 도요새의 군무! 그 ‘아름다움을 본 죄’ 값을 치루고 있다는 그가 아들에게 물려 준 것은 자기 삶 속 아름다운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