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연작시 70편. 3년 동안 임진강가를 걷고 쓰고 찢고 고친 작품들을 모아 시집 <임진강>을 세상에 내보입니다.
<어머니는 이제 국수를 먹지 않는다>와 <히말라야 팡세>를 팔아 새 시집을 냅니다. 사랑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강마을 사람들은 물이 노래하는 소리와 우는 소리를 들을 줄 안다. 가뭄과 홍수에 지르는 비명을 구분할 수 있고, 평상시에는 유유자적 흐르는 물의 평안을 즐길 줄 안다. 봄의 물소리는 부드럽고 여름의 강물은 마치 코를 골며 자는 사내만큼 거칠다. 가을의 강물은 단풍 한 잎 물길에 실어 나를 만큼 운치가 있는가 하면, 겨울 강은 고요하지만 성마르며 때로는 유빙으로 시절을 거스르기도 하지만, 다시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강은 쩡 쩡 쩡 하고 우는 소리를 내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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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은 과거 한반도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아무나 건널 수 없는 분단의 접경지역이다. 여전히 전쟁, 갈등, 무기, 철조망이 지역의 상징이지만, 임진강가에는 한가한 대포 소리나 철없는 사람들의 호전적 목소리에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이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임진강 사람들은 강물 소리를 들으며 산다. 강물 소리를 들으며 끊어진 남북의 길을 다시 잇고 원시 생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평화의 격동을 꿈꾸며 살고 있다. 시집 <임진강>은 애조의 감상이나 경직된 관념이 아니라, 임진강 강마을에 살아 있는 뭇 생명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문학이 한동안 망각한 ‘분단문학’을 ‘평화문학’으로 승화, 복권시키고자 했다.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