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방지 대책 수립, 지금 필요합니다.
이현석 / 진안군 정천면
사진출처 / 시사IN / 6월8일 열린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0년, 윤석열 핵 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 사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남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121번 송전탑 아래로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현재 대한민국에는 '송전선로'라는 이름을 가진 토네이도급 태풍이 강원도에서부터 수도권까지, 다시 제주와 서남해안에서 출발해 중부 내륙, 방방곡곡을 헤집은 뒤 다시 수도권을 향해 몰아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촉발되어 AI로 인해 강화된 이 태풍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몰아칠 예정입니다.
수도권은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상태에서 끝없이 전기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대한민국의 '전략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등 첨단제조업체들이 전력이 풍부한 동해안이나 서남해안으로 골고루 옮겨가면 좋으련만, 해당 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해도 실익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이를 해소해야 할 정부는 이들 기업을 내려보낼 수단도, 의지도 전혀 없어 보입니다. 현재까지는 지방으로 분산 되기는커녕,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를 필두로 더 많은 초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들이 하나같이 수도권에 터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고 보입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제주와 서남해안, 동해안 지역은 생산된 전기가 감당이 안 돼 일반인들에게도 1)'출력제어'라는 단어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습니다. 여기에 국가온실가스감축(NDC)목표 달성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지키려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탈탄소 에너지 설비들을 지속해서 추가 설치해야만 합니다.
분산 에너지다 뭐다 새로운 법과 제도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순수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차분히 기술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신념과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당분간 속 시원하게 문제가 풀릴 가망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기상도가 이렇다 보니 현재 전국 방방곡곡이 국익이란 명분을 달고 당면한 수도권의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송전선로’들이 거대한 송전탑들을 앞세우고 산과 들로, 마을로, 아파트단지로 휘몰아치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휘몰아칠 예정입니다. 한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니고 금방 끝날 일도 아닙니다.
‘송전선로’가 재난인가?
네, 재난입니다. 어린 꼬마가 던진 돌멩이에 살점이 찢긴 개구리처럼,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찍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재난이자 재앙입니다.
태풍처럼 집을 부수고, 들을 뒤집는 것은 아니라 해도 지역과 지역, 마을과 마을, 이웃과 이웃, 마음과 마음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공동체를 허물고, '우리'를 찢어 놓아 사람들 마음속 깊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10년 전 밀양에서 그랬고, 평창, 홍천, 영광, 장성, 정읍 등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대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재앙처럼 돌이 날아올 때 개구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대로 맞고 있어야 하나요? 개구리 주제에 아이에게 달려들 수야 없겠지만 눈이 있다면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태풍이 멀리 남태평양에서 2)열대요란으로 시작될 때부터, 그저 태풍의 싹으로 살짝 움트려 할 그때부터, 사람들은 온갖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태풍이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감시하고 예측해 온 인류에게 경보를 발령합니다. 태풍 앞에서 인류는 장난꾸러기 꼬마 앞의 개구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태풍을 대비하듯 ‘송전선로’에 대비할 예보시스템, 재난 대책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오늘은 강 건너 불이지만 내일 우리 집이 타오를 수도 있습니다. 언제고 반복되지만,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예측하고 대비해서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만들어 주지 않더라도, 당장 주민과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송전선로’는 어느 날 갑자기 무작정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2~3년 전부터 한전의 중장기 계획에 태풍의 '열대요란' 같이 여러 예비 징후가 먼저 나타납니다. 행정과 의원들은 남들보다 먼저 이 징후를 알아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입니다.
알고 대비하는 것과 모르고 얻어맞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미 존재하며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난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태풍을 대비하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전파하고, 예상 시나리오와 최선의 대책을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임실과 계룡을 잇는 새로운 345kV 송전선로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이제 막 실체를 드러내려 하는 중입니다. 행정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송전선로 무조건 막자! 결사반대하자!" 이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적 시책으로 시행되는, 나라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피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인정하더라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어떻게 하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편익은 최대화할 수 있는지 그 체계를 갖추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고 제대로 실상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불안, 초조, 의심만 들어 불필요한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엔 결국 공동체는 사라지고 주민들 마음에 상처만 남을 수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1) 출력제어는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 수요는 시간대별로 변동이 크기 때문에,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면 전력망이 불안정해지고, 부족하면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크게 변동되어 예측이 어렵다.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출력제어가 필요하다.
2) 열대요란은 열대 지방, 특히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대기의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마치 태풍의 씨앗과 같이, 열대요란이 발달하면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과 같은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재난 방지 대책 수립, 지금 필요합니다.
이현석 / 진안군 정천면
사진출처 / 시사IN / 6월8일 열린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0년, 윤석열 핵 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 사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경남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121번 송전탑 아래로 행진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현재 대한민국에는 '송전선로'라는 이름을 가진 토네이도급 태풍이 강원도에서부터 수도권까지, 다시 제주와 서남해안에서 출발해 중부 내륙, 방방곡곡을 헤집은 뒤 다시 수도권을 향해 몰아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촉발되어 AI로 인해 강화된 이 태풍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몰아칠 예정입니다.
수도권은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상태에서 끝없이 전기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대한민국의 '전략산업'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등 첨단제조업체들이 전력이 풍부한 동해안이나 서남해안으로 골고루 옮겨가면 좋으련만, 해당 기업들은 지방으로 이전해도 실익이 전혀 없는 상태이고, 이를 해소해야 할 정부는 이들 기업을 내려보낼 수단도, 의지도 전혀 없어 보입니다. 현재까지는 지방으로 분산 되기는커녕,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를 필두로 더 많은 초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들이 하나같이 수도권에 터 잡으려 혈안이 돼 있다고 보입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제주와 서남해안, 동해안 지역은 생산된 전기가 감당이 안 돼 일반인들에게도 1)'출력제어'라는 단어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습니다. 여기에 국가온실가스감축(NDC)목표 달성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지키려면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탈탄소 에너지 설비들을 지속해서 추가 설치해야만 합니다.
분산 에너지다 뭐다 새로운 법과 제도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순수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차분히 기술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신념과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어 당분간 속 시원하게 문제가 풀릴 가망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기상도가 이렇다 보니 현재 전국 방방곡곡이 국익이란 명분을 달고 당면한 수도권의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한 ‘송전선로’들이 거대한 송전탑들을 앞세우고 산과 들로, 마을로, 아파트단지로 휘몰아치는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휘몰아칠 예정입니다. 한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니고 금방 끝날 일도 아닙니다.
‘송전선로’가 재난인가?
네, 재난입니다. 어린 꼬마가 던진 돌멩이에 살점이 찢긴 개구리처럼,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찍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는 재난이자 재앙입니다.
태풍처럼 집을 부수고, 들을 뒤집는 것은 아니라 해도 지역과 지역, 마을과 마을, 이웃과 이웃, 마음과 마음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공동체를 허물고, '우리'를 찢어 놓아 사람들 마음속 깊이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10년 전 밀양에서 그랬고, 평창, 홍천, 영광, 장성, 정읍 등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대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재앙처럼 돌이 날아올 때 개구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대로 맞고 있어야 하나요? 개구리 주제에 아이에게 달려들 수야 없겠지만 눈이 있다면 온몸의 감각을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태풍이 멀리 남태평양에서 2)열대요란으로 시작될 때부터, 그저 태풍의 싹으로 살짝 움트려 할 그때부터, 사람들은 온갖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태풍이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감시하고 예측해 온 인류에게 경보를 발령합니다. 태풍 앞에서 인류는 장난꾸러기 꼬마 앞의 개구리와 같기 때문입니다.
태풍을 대비하듯 ‘송전선로’에 대비할 예보시스템, 재난 대책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오늘은 강 건너 불이지만 내일 우리 집이 타오를 수도 있습니다. 언제고 반복되지만,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예측하고 대비해서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만들어 주지 않더라도, 당장 주민과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송전선로’는 어느 날 갑자기 무작정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2~3년 전부터 한전의 중장기 계획에 태풍의 '열대요란' 같이 여러 예비 징후가 먼저 나타납니다. 행정과 의원들은 남들보다 먼저 이 징후를 알아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입니다.
알고 대비하는 것과 모르고 얻어맞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미 존재하며 시시각각 다가오는 재난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태풍을 대비하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을 전파하고, 예상 시나리오와 최선의 대책을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임실과 계룡을 잇는 새로운 345kV 송전선로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이제 막 실체를 드러내려 하는 중입니다. 행정은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송전선로 무조건 막자! 결사반대하자!" 이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적 시책으로 시행되는, 나라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피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인정하더라도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어떻게 하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편익은 최대화할 수 있는지 그 체계를 갖추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고 제대로 실상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면, 불안, 초조, 의심만 들어 불필요한 행동을 할 수도 있고, 나중엔 결국 공동체는 사라지고 주민들 마음에 상처만 남을 수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1) 출력제어는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전력 수요는 시간대별로 변동이 크기 때문에,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하면 전력망이 불안정해지고, 부족하면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크게 변동되어 예측이 어렵다. 이러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출력제어가 필요하다.
2) 열대요란은 열대 지방, 특히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대기의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마치 태풍의 씨앗과 같이, 열대요란이 발달하면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과 같은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