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사회관광, 진안의 미래 산업이 될 수 있을까? - 첫 번째 이야기

관광, 진안의 미래 산업이 될 수 있을까?




진안의 미래 먹을거리를 '관광'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군에서도 진안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선 이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지속 가능하고 진안만의 매력을 듬뿍 살린 관광 산업을 군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진안의 속사정도 잘 모르는 외부의 전문가나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없는 공무원 몇몇이 생각해 낸 반짝 아이디어로 예산만 낭비하는 소모적 사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월간광장은 관광이나 여행 사업에 관심 있는 진안 사람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 보려고 한다. 첫 번째 대화의 주인공은 카페 공간153의 김현두 대표다.


대담 / 조철, 이규홍, 조헌철 그리고 김현두

영상촬영, 편집 / 유대영


 

조철 : 오늘은 우리 진안의 미래 먹거리라고 할 관광 산업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다른 농촌과 함께 우리 지역도 고령화니 소멸 예상 지역이니 하는 데다 기후 위기까지 겹쳐 여러 가지로 농촌이 진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데요. 이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안도 고원지대, 청정지역이라고 하는 자연환경의 이미지를 살려 새로운 전환기를 만들어 보려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진안은 지금까지 마이산을 관광 산업의 중심이자 주요한 산업기반으로 삼아왔는데요.

이제는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소비자들이 관광과 여행을 소비하고 있잖아요. 단순히 어떤 특정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여행자들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과는 관점을 완전히 달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각 : 제가 마이산이라도 부담이 클 것 같아요. 왜 나만 팔아먹으려고 하느냐? 진안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진안에 훌륭한 인적 자원도 환경 자원도 얼마나 많습니까? 다만 이걸 엮어서 상품으로까지 발전시킬 문화콘텐츠가 부족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현두 : 어렸을 때는 눈만 뜨면 보이고 늘 곁에 있던 게 마이산이어서 귀한 줄 모르다가 나이 먹어가면서 마이산이 정말 어디에도 없는 오묘하고 귀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헌철 : 저는 마이산을 활용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보고요. 다만 제대로 활용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짚어야 한다고 봅니다. 진안에서 마이산을 빼고 뭔가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없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기왕 활용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할 텐데 그런 사례가 없다는 거죠.


조철 : 마이산을 기반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죠. 그동안 대단히 많은 돈을 마이산 주변 관광지를 활성화하고 또 외지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사업에 썼는데 그 효과가 실제로 좀 있었나요?

 

현두 : 제가 봤을 때 남부 쪽은 그런대로 현상 유지는 하는 것 같은데 북부는 시설과 도로 등은 좋아졌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예를 들어 남부는 탑사까지 가는 길이 하나로 쭉 연결되어 있는데 북부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일관성 없이 혼잡한 느낌이 듭니다. 북부 마이산 관광단지 일대를 순환하는 한 방향 도로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북부마이산 전경


예전에 북부 마이산의 상가가 지금의 가위박물관 일대에 집중돼 있을 때는 그 앞의 주차장에 봄과 가을이면 항상 대형 버스 수십 대가 즐비했어요. 밥을 먹으려면 그리 올라가야 했거든요. 남부 마이산은 남녀노소가 탑사까지 여유 있게 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면 북부는 그런 게 부족합니다. 밑에서부터 동선이 흩어져 있고 또 너무 멀리서부터 뙤약볕을 받으면서 마이산 초입까지 가야 하는데 산을 오르려면 가파른 계단과 경사를 넘어야 하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노약자들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은 아예 접근이 힘들죠.
어쨌든 전체적으로 마이산을 찾는 관광객의 7~80%는 남부마이산을 찾고 20% 정도가 북부로 오다 보니 여러 가지 경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죠. 제가 북부 마이산 상가 주민이라도 화가 날 것 같아요. 뭔가 투자는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성과는 하나도 안 나고 있으니까요.


조철 : 몇 년 전에 궁여지책으로 케이블카라도 만들어서 북부로 관광객을 유도해 보려다 실패로 끝났죠. 그런데 최근에는 모노레일을 또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모노레일로 관광객을 유도해서 북부마이산을 흥하게 해보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요. 이런 계획이 성과로 연결이 될까요?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까요?

 

현두 : 단기적으로 반짝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다른 지자체들이 운영 중인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 사업 중 지속해서 현재까지 흑자를 보고 있는 사업이 있던가요? 우리 진안군보다 관광객의 수가 몇 배나 되는 곳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진안에 필요한 건 체류형 관광을 위한 인프라라고 봅니다.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만들려는 이유가 남부와 북부를 잇는 교통수단의 역할을 기대하는 거잖아요? 더 빨리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하고 더 빨리 진안과 마이산을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할 수 있는 속도 여행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의 요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쭉 돌아보고 다 봤으니 딴 데로 가자는, 점만 찍고 가는 여행이 자리 잡겠죠. 2km도 안 되는 짧은 모노레일 타고 북부에서 남부로 넘어가 버리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게 어떻게 북부 마이산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는지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남부마이산 탑영제


노각 : 반짝 효과는 있겠죠. 구봉산 구름다리도 초기엔 사람들이 제법 몰려들었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운일암반일암 구름다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어떤 이들은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하지만 다른 지역을 봐도, 진안의 경우를 봐도 지금까지 행정이 주도한 관광 개발들이 기대만큼의 효과는커녕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만한 사례가 있으니까요. 아까 체류형 관광 기반 시설의 필요성에 관해 얘기하셨는데, 예를 들어 관광버스 서너 대가 와서 100여 명이 동시에 한곳에서 숙박하려고 하면 진안에서 그게 가능합니까?

현두 : 불가능하죠.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몇십억 몇백억씩 관광 개발사업에 투자했지만, 체류형 관광의 근간이 되는 숙박시설조차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대형숙박시설로 홍삼빌이 있지만 객실의 규모나 서비스에서 어디다 내놓을 만한 시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진안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모노레일이나 랜드마크를 세우는 것보다 제대로 된 숙박시설이 필요합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공건물이나 유휴건물들을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노각 : 요즘 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시설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나 취미활동을 이어가길 바라거든요. 다양한 레포츠 활동은 물론 바둑이나 명상, 영화감상 등을 여행지에서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적 특성과 취향이 분명한 거죠. 그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내기 위해선 단순히 숙박이나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아주 세밀하고 다양한 공간과 여행 환경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산 탑사

현두 : 북부마이산에서 진안 읍내까지 천변을 통해서 오게 되잖아요. 그 길가에 마을과 집들이 있는데 개인 정원을 가꾸도록 군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길에 군에서 획일적으로 똑같은 꽃을 심는 것보단 마을 주민들이 자기 집 정원을 개성 있게 가꾸도록 하면 북부에서부터 읍내까지 아름다운 산책길이 생길 것 같습니다. 아까 이 대표님 말씀대로 지역에 소소하고 재미난 공간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소비할 공간들이 늘 열려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관광객과 여행객들이 대부분 주말에 오는데 문을 연 밥집이 없습니다. 평일 저녁 장사도 안 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어떤 조치도 필요해 보입니다.

 

노각 : 민관이 함께 대응책을 찾아야 할 일 같습니다. 수백억이 필요한 큰 규모의 인프라 조성도 때론 필요하지만 이런 작은 단위에서 개인이나 작은 단체들이 제안하고 실천하는 것들을 행정에서 잘 받아 안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안을 찾는 외지인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 진안엔 진안만의 독특하고 유일한 문화가 없다는 거예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여행자들의 욕구가 달라지고 있으므로 다양한 형태의 문화적 콘텐츠들을 찾거나 만들어 내고 또 지역이 갖고 있는 여러 자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과 예산이 세워졌으면 합니다.

 

현두 : 장수엔 한 청년의 결기로 시작한 트레일 레이스(산악 마라톤) 축제가 전국의 동호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난이도에 따른 여러 코스를 선택해 레이스를 즐기는데 봄과 가을에 대회를 열면 수백 명에서 천명까지 참여하더라고요. 이게 장수군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트레일 레이스를 즐기면서 민박업을 하던 한 개인의 노력으로 시작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 대회가 불러온 파생 효과가 엄청나더라고요. 우선은 체력 소모가 많은 경기다 보니 서포트해 주는 가족이나 팀 단위로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선수 일행들이 숙박을 해야 하잖아요? 기본 1박 이상을 하니까 지역에 낙수 효과가 많아요. 주변의 숙박업 음식업이 다 혜택을 보게 되는 거죠.


노각 : 예산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매력적인 상품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현두 : 맞습니다. 개인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시작한 일들이 지역을 알리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할 수 있거든요. 장수군에서도 이 사업이 너무 잘 되니까 예산을 투입해서 지원하려는 것 같더라고요.


노각 : 개인이나 민간 단체가 시작한 무주 산골영화제나 장수의 트레일 레이스, 그리고 섶밭들영화제 등이 잘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의 실천도 있지만 행정이 그걸 받아주고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간섭하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네요.

 

무주산골영화제 


현두 : 네, 가장 중요한 게 간섭하지 않는 거겠죠. 그렇게 되니까 이게 개인의 먹거리가 아니라 지역 전체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온다는 거죠. 무주 산골영화제도 1회 때는 사람 별로 없었어요. 한 100~200명 정도가 모여서 했죠. 그런데 지금은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영화제를 보러 와요. 배낭 메고 캐리어 끌고 외지에서 온 청년들이 많더라고요. 영화제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보통의 지자체들이 하는 것과 달리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음악과 놀거리, 먹을거리로 채워져 있었고요.
영화제가 여행을 테마로 하면서 몇 년 전부터는 며칠씩 휴가를 내 무주에 머물면서 영화제에 참가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무주군 의원 한 분이 “저는 무주 산골영화제가 진행되는 이 시간이 무주가 가장 젊어질 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하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노각 : 진안의 관광을 활성화할 방안에 대해 다들 주장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관광 얘기를 더 깊이 있게 하려면 진안에 관광에 관심 있는 사람들 100명쯤 모이라고 해서 돌아가면서 길게 토론해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들이 나올 것 같아요. 용역이나 컨설팅을 통해 특정 몇몇 학자나 정치하는 분들이나 행정가들이 모여서 자기네끼리 결론짓지 말고, 열어놓고 좀 천천히 가더라도 길게 보고 두루 의견을 듣는 과정들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다음 회에는 마이산 모노레일에 관한 생각들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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