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역의 주인인가 / 10년 앞을 내다본 지역발전 전략의 부재


(진안에서 마을 만들기를 하면서) 계속 고민됐던 건 이 진안 땅의 주인이 누구냐, 진짜 진안의 발전을 바라면서 5년, 10년 앞을 내다보고 전략을 세우고 움직이는 집단이 있냐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이었어요. 

행정 안에서는 그게 안 보인다고 봤습니다. 계획서는 많이 만들지만, 그런 중장기 계획이 없는 거예요. 사실 계획이란 그냥 용역사가 만드는 거고, 공무원도 순환보직을 하다 보니 사업을 챙기지 못하고 군수 임기 끝나면 완전히 또 새로 시작하게 됩니다. 민간 쪽도 문제 제기는 많이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봅시다 하고 계속 고민하고 수정 보완하고 뭔가 다음 대안을 찾고 이런 게 지역사회 안에서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문화원의 어르신들이 그런 역할을 사실상 해주기를 기대했고 또 진안신문이나 언론사가 그런 장을 계속 만들어 줬으면 하는 기대도 했었습니다. 이벤트성의 행사는 있지만 지역사회의 발전을 길게 보면서 검토하는 그룹들이 잘 안 보였습니다.

이것도 불편한 진실인데 공무원의 대다수가 전주에서 출퇴근하잖아요. 그러면서 정책 결정은 대부분 다 행정이 지고 있고 그러다 보니 지역의 문제를 두고 어떤 방향으로 갈 거냐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주인이 누구냐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마이산을 어떻게 하는 게 진짜 진안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거냐, 케이블카 놓을 거냐 말 거냐, 이건 정말 치열하게 제대로 토론했어야 할 과제였거든요. 근데 객관적인 토론보다는 이미지 싸움으로 계속 몰렸던 것 같고요. 가치가 다양하다 보니 어떤 게 진짜 지역 발전에 도움 되는 방향이냐, 진안군의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뭐고 어떤 방향으로 이걸 움직여 가야 할 것인지를 공론의 장에서 계속 논의가 있어야 하지만 합의가 잘 안 됩니다. 

거기에 부정부패가 눈에 보였을 때 어떻게 행동할 거냐, 나쁜 걸 문제 제기했을 때 박수 쳐줘야 하는데 안 쳐주는 문화를 몇 번 겪다 보면 다 좌절하고 뒤로 물러나고 맙니다. 농촌일수록 이런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누군가 때로는 도전적으로 이런 문화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영상 / 마이미디어 유대영

정리 /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