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하기

최창남의 긴 생각 짧은 글

글과 그림과 사진 / 최창남


 


아무개에게


언젠가도 말한 것 같은데 말이야,

너무 열심히 살지 마시게

너무 열심히 하면 열심에 빠지기 쉽거든

지나친 열심은 우리 자신을 포함해서 다른 생명들의 본성에 해를 끼치기 쉽거든

지나치게 열심히 하다 보니 그 목표에 모든 것이 맞추어 진다고 할까

그런 시선으로만 사물을 보게 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 다른 생명들을 자신의 시선으로만 보게 되는거야

하여,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의 본성에 해를 끼치기 쉽지

만물에는 저마다 본성이 있거든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지

돌은 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풀을 풀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저마다 본성이 있지

그 본성이 잘 발양되고 발휘되도록 돕는 것이 공부이고 수행이라고 할 수 있지

다른 생명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게 살아갈 때에만 상생공동체도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고 말이야

말했듯이 지나친 열심은 저마다의 본성이 잘 발양되어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저해하고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 쉽다는 말이야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니 저마다 알아서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말이야

그래서 하는 말이야

좀 대충 살아가시게

쉬는 것도 일이고, 여백도 그림이고, 행간도 문장이니 말이야

숨 쉴 틈 없이 그리 살아가지 말고

아시겠는가, ㅎㅎ

좋은 날 되시게 ^^



 

가끔 육지에 나가 오랜 벗들을 만나면 ‘왜 늙지 않느냐’는 질시와 부러움 가득한 물음을 받습니다.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저 하는 질문들이지만 거들먹거리며 굳이 대답합니다.

‘섬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야.’

섬의 시간은 정말 느리게 흐릅니다. 육지의 시간은 살처럼 흐르지만 섬의 시간은 숲길을 유유자적 걷는 걸음처럼 흐릅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다 보니 시간 속에 들어있는 다른 것들의 시간은 엄청 빠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느새 내가 이 나이가, 하고 어느 날 놀라게 됩니다. 벌써 나무가 이렇게 컸어, 하고 요란 떨게 됩니다. 느리게 흐르는 섬의 시간을 보고 있다가 ‘어~!’하고 깜짝 놀라는 격입니다.

 

얼마 전에 바닷가에 갔었습니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른 날이었습니다.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구름은 유유하였고, 물결은 잔잔하였습니다. 그 시린 하늘과 유유한 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니,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저 이 풍경의 일부가 된 이들이 너무나 보기 좋았던 때문인 듯합니다. 참 보기 좋았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젊은 날 저런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쉬워졌습니다. 젊은 날에는 마음에 칼을 품고 살았습니다. 돌아서면 적이고 돌아서면 적이었습니다. 이들처럼 이렇게 시린 하늘과 유유한 구름을 바라보며 곁을 나누며 살아도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들이 부럽지 않겠습니까. 부러워하고 축복하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합니다. 한껏 사랑해야 합니다. 온 마음과 몸을 다하여. 사랑은 현재입니다. 지금입니다. 지금,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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