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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로 이주하고 싶어하시는 아무개님들에게 ‘ / 최창남의 긴 생각, 짧은 글

‘ 제주로 이주하고 싶어하시는 아무개님들에게 ‘


최창남



이 섬의 여름은 육지 보다 더 덥고, 겨울은 육지 보다 더 춥습니다.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습도가 높아 여름은 찜통 안에 들어가 있는 것같고, 겨울은 바람 때문에 기온은 육지보다 높지만 열 배 더 춥습니다. 제주는 작지 않은 섬입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섬은 면적도 서울특별시보다 세 배 큽니다. 동서남북과 위아래 날씨가 다 다릅니다. 서귀포는 더워도 제주시는 별로 덥지 않을 수 있고, 제주시는 비가 쏟아져도 서귀포는 맑고 좋은 날이기 예사입니다. 그러니, 육지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이 제주에 살려면 날씨도 지역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바닷가는 보기는 좋아도 살기는 아주 힘든 곳입니다. 습도가 너무 높고, 염분을 가득 품은 바닷바람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도 견디지 못하고 삼년만에 부식됩니다. 그러니, 중산간에서 사는 것이 좋습니다. 바다를 보고 싶으면 아름다운 길을 드라이브하며 가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오래 걸려야 삼십분이고, 보통의 경우는 중산간에 살아도 이십분 내외면 바닷가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이 섬으로 이주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먹고사는 문제일 것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 중에서도 그런 것을 물어오신 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러면, 먹고사는 문제 이전에 정말 이 섬에 살고 싶은지 물어봅니다. 정말 살고 싶으면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생각하지 말고 이주하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먹고사는 문제는 이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살면서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이런저런 형편을 알게 되어야 어떤 일이라도 찾을 수 있고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년 정도는 놀면서 지낼 생각하고 들어오라고 말합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섬으로 이주하는 분들의 생계 대책은 주로 카페나 게스트 하우스, 식당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일년 정도는 놀며 이런 저런 형편을 살피신 후에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이주해 들어온 초창기에 저를 도와주려는 후배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이삼년 정도 먼저 들어온 후배입니다. 제주의 이런 저런 분들과 만나는 자리들을 만들어주곤 하였습니다.  저는 사실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후배의 마음이 고마워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식사 자리였습니다. 제주에서 나름 역할을 하는 분들이 십여분 모였습니다. 후배가 저를 소개하고 저도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 때까지는 자연스러웠습니다. 식사 끝나고 어떤 여성단체의 대표라는 여성분이 제게 좀 뜬금없게 느껴지는 말을 했습니다. 


’... 제주에 대해서 뭘 안다고... 제주에 들어와... 어쩌고 저쩌고... ‘


제가 듣기에는 몹시 경계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심지어 적대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여, 최대한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 ... 저는 이 섬에서 어떤 것도 도모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살기만 하면 됩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쫓아내지만 않으시면 이 섬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ㅎㅎ... ‘


물론,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다행히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  이 섬 뿐아니라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을 가도 처음에는 이런저런 조심스러운 일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나온 역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온 낯선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경계심을 갖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일년 정도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일년 살기를 먼저 해보시던지, 이주해온 상태라고 하더라도 일년 정도는 놀면서 몸과 마음도 회복하시고, 이웃들과도 어울리시고, 이런저런 형편도 살핀 후에 새로운 일을 도모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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