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에 구르는 물방울
수려한 강이 변하지 않듯
작고 투명한 물방울이
연잎 위에 구른다.
욕망에 물들지도 않고
자신을 버리지도 않는 물방울은
스스로 고귀하다.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스스로를 지키는 물방울은,
연잎에 스미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을 지켜
욕망에 끌려 다니지 말라고
맑은 목소리로 말한다.
장마철 지루한 빗방울이
연꽃 위에서
고귀한 보석이되어 구른다.
인간 100호, 나리 100호
100호 사이즈 단체복을 입고
100 센티미터 거리를 두고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라.
알코올 섭취량은 일일 100 cc,
탄수화물 복용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조절하고
저항이 심하면
사이코패스 도장을 찍어
무자비하게 제압하라.
빅 브라더에게 찍히면
가차없이 두들겨 맞는
세상이 두렵다.
100번째 실험을 통해
화단에 피어난 나리꽃이
그래도 웃는다.
누추하지만
사랑을 맹세하던 연인도,
바위에 새기자던 맹세도
빛 바랜지 오래,
순진하게 기다리던 세월에 지쳐
누추한 육신을
벗어나고싶었다.
허망한 말과 요란한 맹세로
존재를 포장하는 혐오스런 세상에 육신을 두고싶지 않았지만
부질없고 허망한 약속에
속은 세월이 억울해
누추하지만
더 살아봐야겠다.
수려한 강이 변하지 않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