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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남의 긴 생각 짧은 글

최창남의 긴 생각 짧은 글


글과 사진 / 최창남



생각 하나


낯선 길로 드는 것이 참 좋다

그 낯섦으로 인해 새로워지고

그 새로움으로 인해 설레고

그 설렘으로 인해 두렵고

그 두려움으로 인해 조심스럽고

그 조심스러움으로 인해 싱그러워진다

그런 탓에

아직 이르지 못한 삶과

닿지도 못한 그 길들이

때로 그립다

백두대간을 걸을 때도

절벽 지나 허공을 따라 나 있는 길로 들어가 보고 싶기도 했고

구름 위로 들어선 길을 따라 걷고 싶기도 했다

남은 날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이런저런 어려움과 어울리고

노쇠해지는 몸과 그럴듯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남아 있는 실패와 좌절들도 흘려보내고

겪어야 할 상처와 회한들도 받아들이며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

외로움과 벗하고

쓸쓸함과도 동행하며

산책하듯이 걸어갈 수 있을까

곁을 나눌만한 벗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두고 떠나게 되는 사랑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그런 순간들에 생각이 미칠 때마다

가슴이 뛴다 설렌다

그렇게 설레며 날마다

낯선 길을 기다린다

 


생각 둘

 

늘 제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가족을 위한 것이든

노동자를 위한 것이든

이웃을 위한 것이든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든

혁명과 역사를 위한 것이든

무엇을 위하고 누군가를 위하는 삶을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생각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으로부터 온 것들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아닙니다

그것이 아무리 위대한 철학이고

사상이고 가르침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무엇을 하던

누구를 위하던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것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시작입니다

과정 속에서도 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하고

내게 편지를 쓰고

내게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걸음을 떼야 합니다

-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중에서, 꽃자리

 

 

생각 셋


어제인가, 아래인가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칠팔십 대의 선생님들과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는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다는 것입니다. 칠십이 넘으신 어떤 분은 영화감독이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하고, 팔십이 넘으신 어떤 분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두 분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루신 저명하신 분들이고, 소위 성공적인 삶을 사신 분들인데 말입니다. 저도 잘 아는 분들이어서 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제게도 물었습니다.

‘형은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하며 살고 싶어요? 되고 싶고, 살고 싶은 삶이 있을 거잖아요.‘

‘글쎄…. 나는 평범한 직장인 되고 싶어. 출퇴근하고 월급 받고 승진도 하고…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돈 걱정하지 않으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

‘직장인의 삶이요?’

‘그래. 나는 공장 다닐 때와 광고회사에 잠시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정시 출퇴근하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고, 이런저런 일로 늘 돈 때문에 시달리고 시달려야만 했거든. 그뿐인가. 지나온 내 삶은 끊임없는 실패의 연속이었거든. 실패가 지겨운 모양이지. 실패는 그만하고 싶은 모양이야. 안정적이고 평범하게 살고 싶은가 보지.’

 

돌이켜 보면 지나온 제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실패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애써 잘한 것 한 가지를 찾자면 끊임없이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실패를 딛고 다시 시도하고, 또 실패하기를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실패보다 훌륭한 스승은 없습니다. 그러니 실패할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실패할 때마다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의연한 척해도 실패가 지겨웠던가 봅니다. ‘직장인이 되고 싶다’는 대답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저 자신도 다소 의외의 대답이었는데, 대답하고 보니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기를 갈구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참, 삶도, 마음도 알 수 없습니다. 삶만 숲의 너머나 달의 이면처럼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그러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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