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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최재선 / 아들을 씻기며 외 2편

시 / 최재선

 

아들을 씻기며

 

대여섯 살밖에 되지 않을 

스물여덟 아들의 몸을 씻긴다

때수건에 달라붙은 것은

성장점 지워진 뼈마디마디

코 밑과 턱수염 면도로 지우고

머리카락 비누 풍선 날리자 

여린 힘줄 퍼렇게 팽팽하다

강냉이 알보다 작은 이 닦고

어휘 하나 생성하지 못한 혀

칫솔질하는 세월의 두께가

비틀거리는 잠같이 멀찍하다

말귀 나무 밑동처럼 잘려나간

아들에게 시키는 대로 하면

예뻐해 주겠단 모호한 흥정

맨몸으로 결백하게 반복한다

미장원 다녀온 아내의 손

소화 잘되는 우유와 바나나

개나리 틔운 볕 한 줌 들려있다

 

 

 

물새 깃털로 바람 손우물로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그대 마을로 흘러드는 강

저렇게 가슴 깊이 파헤친

강바닥 어딘가 멍들었을 거다

잔돌의 손 닿지 않은 어깻죽지

핏방울 맺힐 때까지 긁어도

좀체 지워지지 않는 가려움

긁어도 긁어도 드러나지 않은 

무슨 곡절 묻혀있을 거다

깊은 그리움이 만든 물줄기

그대의 마을로 굽이 들어

차마 젖지 못하고 흐르는 강

파내도 파내도 한 곳에서만

엎드려 반짝이는 뜻있을 거다

 

 

오수

 

 남녘 열차

 여수 앞바다 종점인 새마을호

 빈 들녘 같은 일반실 햇빛 동승한 창가에

 젊은 여자 빈 브래지어의 젖가슴을 꺼낸다

 아가의 유별스러운 잠덧 엄― 엄― 엄―

 마를 끝내 붙이지 못한 부실의 울부짖음

 엄마― 엄마―를 완성한 여자가 모성을 물린다

 목련 꽃잎이 아가의 입으로 화사하게 흐르자

 아가의 숨결이 쉿― 흐― 쉿― 흐― 살아난다

 존재감 좀체 드러나지 않은 열차 천장의 줄 

 전구보다 여자의 허연 가슴이 만월같이 환하다

 대낮 지상에도 달이 뜨는구나

 사내 몇의 눈빛이 달을 향해 은밀히 쓰러진다

 쉿―엄 쉿―엄  크 쉿―엄 쉿―엄 크

 이 반복어에 대해 빈도를 늘리고 소리 키

 키운 아가는 사내이고 말리라

 제 어미의 가슴을 아니 제 밥줄을 훔쳐보는

 장성한 사내들을 향해 입바람으로나마

 경고를 고의로 드러내고 있으리라

 다음 정차 역은 오수 오수입니다

 내리시는 곳은 오른쪽입니다

 여자가 잠든 아이와 기저귀 가방 내색하지 않은

 부끄러움을 빠뜨리지 않고 잘 챙긴다

 몇몇 사내가 달을 훔쳐본 도둑눈을 감추듯

 고단하게 눈을 감는다

 예제서 코 고는 소리가 자국눈같이 내린다

 


글, 사진 / 최재선 시조시인

한일장신대학교 근무